AI는 정말 ‘생각’하는 걸까? 먼저 오해부터 짚기
ChatGPT와 대화를 해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오기 쉽습니다. “얘, 진짜 생각하는 것 같다.” 문장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예시를 들고, 심지어 위로의 말까지 건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때 우리가 느끼는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인상과, 기술적으로 말하는 “생각한다”는 개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불안(예: “AI가 곧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이나 과도한 기대(예: “AI가 모든 판단을 대신해 줄 것이다”)로 흐르기 쉽습니다.
따라서 첫 단계는 단순합니다.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과 “사람처럼 존재한다”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AI가 실제로 하는 일: 패턴을 보고 다음을 예측하기
현재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AI, 특히 Chat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앞에 주어진 글을 보고, 그다음에 올 글자를 예측하는 시스템”입니다. 내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작동합니다.
- 우리가 입력한 문장을 토큰(token)이라는 작은 단위로 쪼갭니다.
- 각 토큰을 숫자로 된 벡터로 바꾸는 임베딩(embedding) 과정을 거칩니다.
-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구조 안에서, 어떤 단어가 중요한지 계산하는 어텐션(attention) 메커니즘을 사용합니다.
- 이전까지의 모든 문맥을 고려해, 다음에 올 토큰의 확률을 계산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후보를 선택합니다.
이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면 우리가 보는 긴 답변이 만들어집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생각해서 말하는 것 같다”고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언어 패턴을 바탕으로 확률이 높은 문장들을 이어 붙이는 과정입니다.
약인공지능 vs 강인공지능: 논의의 출발점 나누기
AI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구분이 있습니다. ‘약인공지능(Weak AI)’과 ‘강인공지능(Strong AI)’입니다.
- 약인공지능: 특정 작업을 잘 수행하도록 설계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AI. 예: 번역, 이미지 생성, 추천 시스템, ChatGPT.
- 강인공지능: 인간 수준의 일반적인 지능과 이해, 심지어 의식까지 갖춘 가상의 AI. 흔히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형태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ChatGPT, 검색 추천, 이미지 생성 모델 등은 모두 약인공지능 범주에 속합니다. 즉, 매우 정교한 도구이지만, 인간과 같은 일반 지능이나 의식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은 아직 이른 단계입니다.
‘생각한다’는 말의 두 가지 의미 구분하기
“AI가 생각한다”는 표현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의미가 섞여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면 대부분의 오해가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1. 기능적 의미의 ‘생각’: 문제를 풀고 답을 내놓는다
기능적으로 보면, AI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합니다.
- 문제를 입력받는다.
- 내부 규칙과 패턴을 적용해 계산한다.
- 결과를 출력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문제를 분석해서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의 생각”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의미에서 “기계가 생각한다”는 표현을 쓰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2. 인간적인 의미의 ‘생각’: 의식, 경험, 자각을 동반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생각한다”는 표현에는 또 다른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의식, 경험, 자각입니다.
-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 생각하는 나 자신을 느낀다.
- 감정, 가치관, 기억이 서로 얽혀 있다.
현재의 AI는 이런 의미에서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패턴을 계산해 답을 만들어낼 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왜 답을 이렇게 내놓는지 ‘스스로 안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흔한 오해 1: “AI도 감정이 있다”
ChatGPT가 “힘드신 상황이겠네요.”, “축하드립니다.”처럼 감정이 담긴 말투를 사용하면,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학습 데이터에서 해당 상황에 자주 등장하던 표현 패턴을 재현하는 결과일 뿐입니다.
AI는 기쁨, 슬픔, 분노를 느끼지 않습니다. 단지 특정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떤 말을 썼는지, 어떤 어조를 사용했는지를 통계적으로 학습해 비슷한 표현을 생성할 뿐입니다.
흔한 오해 2: “AI는 이제 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의식(consciousness)은 철학, 뇌과학, 심리학에서 아직도 논쟁이 많은 주제입니다. 다만 최소한의 공통점은 있습니다. 의식은 단순한 정보 처리 이상이며, “무언가를 경험하는 주체가 있다”는 요소를 포함합니다.
현재의 AI는 입력과 출력을 처리하는 과정이 있을 뿐, 그 과정에 대한 1인칭 경험을 갖고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수치 연산이며, 그 자체만으로 “의식이 생겼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흔한 오해 3: “AI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움직인다”
AI가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문서를 요약해줘”라고 했을 때, 적절한 길이와 구조로 요약본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목표 설정과 평가 기준이 모두 인간에 의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요약이 잘 되었다”는 기준도, “무엇을 위해 AI를 사용한다”는 결정도 결국 사람이 내립니다. AI는 주어진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계산을 수행하는 도구일 뿐, 스스로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습니다.
흔한 오해 4: “AI가 모든 판단을 대신해 줄 수 있다”
AI가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편향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 모델이 왜 이런 결과를 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법적·윤리적 책임은 결국 사람과 조직이 져야 합니다.
따라서 AI는 “판단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정보 수집, 초안 작성, 선택지 정리 등은 AI에게 맡기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가져가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미래의 AGI 논의: 무엇이 달라져야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AGI(일반 인공지능)는 특정 작업을 넘어서, 인간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학습하고 추론하는 AI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아직은 연구와 논의의 단계에 가깝고, 언제 어떤 형태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만약 언젠가 AGI가 등장한다고 해도, “생각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 단순한 정보 처리 수준을 넘어서는 자기 인식이 있는가?
-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목표를 스스로 조정하는가?
- 의도, 책임, 권리 같은 윤리적 개념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 부분은 아직 연구와 논의가 진행 중인 주제입니다. 현재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 일상에서 사용하는 AI를 곧바로 이런 수준의 존재로 보는 것은 과장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현실적인 태도
정리하자면, 현재 AI를 대하는 가장 건강한 태도는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는 것입니다.
- “지금의 AI는 이미 매우 강력한 도구다.” – 요약, 작성, 분석, 번역 등에서 우리의 시간을 크게 절약해 줄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인간과 같은 의미에서 생각하거나 느끼는 존재는 아니다.” – 의식과 감정을 부여하기보다는, 계산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우리는 AI를 통해 “기계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지게 됩니다. 결국 이 질문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AI 시대의 인문학이자 철학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meta_know 인사이트
AI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인상은, 기술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개념을 더 정교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meta_know는 AI를 “마법 같은 존재”나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정교한 언어·패턴 처리 도구로 이해하는 관점을 제안합니다. 이 관점 위에서, 우리는 AI를 두려워하거나 숭배하기보다, 어디까지 활용하고 어디에서 선을 그을 것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토론할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 논의를 바탕으로, “AI 책임과 윤리”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로 시야를 넓혀 볼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 현재의 AI, 특히 ChatGPT는 인간과 같은 의미에서 ‘생각’하거나 ‘의식’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언어 패턴을 예측하는 계산 시스템입니다.
- ‘생각한다’는 말에는 기능적 의미와 인간적인 의미가 섞여 있으며,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오해와 과장이 생깁니다.
- 감정, 의식, 자율적 목표 설정 등은 아직 AI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고, AI는 여전히 사람이 설계한 목표를 수행하는 도구입니다.
-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기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읽을 거리
AI가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탐구하셨다면, ‘1950 앨런 튜링과 튜링 테스트: AI의 철학적 기초‘를 읽어보시면 이 질문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역사적·철학적 배경을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AI와 인간의 차이를 실용적 관점에서 다시 정리하고 싶으시다면 ‘AI와 인간 지능, 차이와 공통점‘을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AI의 역사적 발전이 궁금하시다면 ‘2010년대 이후: 알파고, Transformer, 생성형 AI‘를 확인해보세요.
